그러나 북한이 ‘당분간’이라는 전제 하에 ‘평양방문과 접촉 제한 또는 중지’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21일 중국 베이징(北京) 남북 차관급회담은 당초 합의대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회담 중단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 “북한이 회담을 1,2주 정도 연기하자고 할지는 몰라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교류제한장소를 평양으로 국한한 것은 금강산관광사업과 경수로사업, 비료인수인도, 베이징에서의 경협 등은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경제적 실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남북경협 등 교류 협력분야에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타격을 가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서해교전사태를 통해 군사적 도발이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한 북한으로서는 또다시 패배가 예상되는 추가도발에 나서느니, 교류 협력에 제동을 걸어 한국 정부를 애먹이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북한은 대남정책에서 ‘실리’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대남관계에서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판단되는 선에서 이번 조치를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선언이 차관급회담을 중단 또는 연기하려는 의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17일 우리측 대표단 명단을 북한측에 보내 반응을 타진할 예정이다.
평양에는 현재 윤종용(尹鍾龍)삼성전자사장 등 삼성대표단 16명이 서해안 전자복합단지 조성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체류 중이다. 또 태창 관계자 4명은 금강 샘물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금강산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