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가정보원이 대공정책실 산하에 ‘언론단’을 신설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같은 관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특별검사제를 한시적으로 수용키로 결정한 이후 여권은 “우리 할 일은 다했다”며 단독국회 강행방침까지 공언하는 상황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여야총재회담 제의에 대해 당초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여권이 17일 밤을 고비로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여권이 더이상 아쉬운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방향선회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야당측이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신(新)공안정국’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심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측은 김대통령이 정국상황 돌파를 위해 ‘제2의 사정(司正)’이 됐든 ‘개혁의 마무리’가 됐든 틀림없이 다른 ‘압박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김대통령은 각종 의혹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자 재벌개혁 등 개혁 프로그램의 진척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현실적 수단’을 반드시 함께 준비하는 스타일”이라며 “설득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할 때 앞으로 채찍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요컨대 “‘경전(經典)’이냐 ‘칼’이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앞으로는 ‘칼’을 빼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다.
김대통령이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언론비판을 ‘반(反)개혁세력의 공세’라고 분석한 데서 드러나듯 아직도 언론이 전하는 민심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도 정국운영방식이 강성으로 흐를지 모른다는 전망을 낳는 대목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