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11시33분 회담이 끝난 직후 우리측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남북 양측이 기조연설을 통해 서로의 기본입장을 되풀이했다고 설명.
그는 그러나 “북한측과 정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양측의 기본입장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 서영교(徐永敎) 조명균(趙明均)대표 역시 굳은 표정으로 양수석대표의 발표내용을 경청.
북한측의 박영수(朴英洙)단장 등 대표단도 회담이 끝나자마자 회담장을 출발해 북한대사관으로 직행. 이들은 보도진이 회담 내용에 관해 묻자 손가락으로 우리측 대표단을 가리키며 “저쪽에다 물어보라”라고 짧게 답변.
○…북측 대표단은 오전10시 호텔에 도착, 회담장에 입장할 때도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묵묵부답. 그러나 권민(權珉)대표는 회담에서 서해교전사태와 북방한계선(NLL)문제 등도 거론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게 다 연계돼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해 회담에서 이들 문제를 제기할 방침임을 시사.
회담장인 항저우(杭州)룸에서 만난 양영식수석대표와 북측 박영수단장은 악수를 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남북 당국이 각각 대표단에 준 신임장부터 서로 확인. 먼저 양수석이 임동원(林東源)통일부장관 명의로 된 19일자 신임장을 낭독한 뒤 보여주자 박단장은 ‘내각 사무국장 정문산’ 명의의 신임장을 내보이며 “우리 것은 날짜가 20일로 돼 있다”고 설명.
○…이어 양수석은 며칠째 이슬비가 내린 베이징 날씨를 화제로 삼아 “이 비는 축복의 비로 생각된다”며 “앞으로 남북대화의 싹을 잘 키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 이에 박단장은 “일기예보를 보니 장마가 6월말부터 시작된다는데 이 비가 장마로 연결될지 모르겠다”고 언급.
한편 과거 남북대화에서 박단장을 지켜본 적이 있는 우리측 한 관계자는 “그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북한측이 이날 오전7시 전화로 회담 참석을 통보해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소 긴장하는 기색. 한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객 억류사건 등으로 인해 대북 포용정책이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선 꼭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부담감을 토로.
〈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