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단 대북 포용정책의 골간을 유지하되 돌발적인 사태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분리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듯하다. 가능한 한 다른 사안들과 연계시키지 않고 발생현안의 테두리 내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민씨가 석방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을 전면 중단토록 한 것도 이같은 내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민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등 민씨 억류가 장기화될 경우 계속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정부는 북한과 진행 중인 각종 사업들에 대해 단계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매달 2500만 달러씩 북측에 제공하는 금강산 사업의 전면 중단조치가 선행될 가능성이 크다.또현대가추진중인서해안공단개발사업 등에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정경분리원칙을 파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즉 현대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각 기업체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북 경수로사업에 대한 지원 중단도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카드. 정부는 94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설립하면서 경수로 공사비 총 46억달러 중 35억달러를 2003년까지 분할해 북측에 제공키로 합의했다.그러나 대북 경수로사업 지원중단은 94년 북―미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서의 파기를 뜻하고 한반도에 핵위기를 다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경우다.
포용정책 추진과 북한의 도발 억지를 병행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