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숙(孫淑)전환경부장관의 경질이 발표된 24일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진작 민심의 소재를 파악해 대처했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텐데…”라며 정국안정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지시’일변도였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 이번 손전장관 건이 곧바로 해결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변화를 수용한 것은 특별검사제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서부터였다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얘기다.
김대통령은 13일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이 특검제 수용의 불가피성을 진언하자 “자민련측과 협의해 결정하라”며 ‘이례적으로’ 당에 재량권을 부여했다. 여론수렴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신설키로 한 결정도 ‘민의’에 대해 김대통령이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김대통령이 참모나 당관계자의 진언을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한다. 국민회의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최근의 민심동향을 걱정하고 전보다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참모간의 협의기능을 강화시킨 것도 변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최근 들어 주요 현안에 대해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 김한길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 핵심비서진으로 하여금 사전협의를 하도록 한 뒤 결과를 보고받아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와 함께 김대통령이 최근 재야인사들과 언론계 인사 등을 만나 여론을 직접 경청하고 있는 것도 민심동향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이제야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김대통령을 지탱해줄 버팀목은 결국 여론의 지지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