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원칙적으로는 안보와 화해 협력을 병행하는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거듭 천명했지만 ‘당근’보다는 ‘채찍’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즉 햇볕정책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상호주의와 확고한 안보를 대전제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하게 엿보였다.
김대통령은 이산가족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대북 추가 비료지원 유보 방침을 분명히 했고, 신변안전보장 조치가 없으면 금강산 관광도 중단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북정책의 대응수위를 한단계씩 높여가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은 서해교전사태와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사건 등으로 고조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서해교전사태가 햇볕정책 때문이라는 말도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과거 대결일변도이던 때에도 청와대습격사건 울진공비사건 판문점도끼사건 아웅산사건 등이 있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다.
김대통령은 또 햇볕정책의 재고를 주장하는 야당에 대해 ‘정부와 야당의 대북정책이 대동소이하다’는 식의 설득 논리를 폈다.
김대통령은 다만 “상호주의의 실천에 전술적인 융통성은 있다”며 “야당이 집권해도 이 정도의 융통성은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이 협력하면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시정하겠다”는 ‘사안별 대응’ 방침으로 요약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