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閔씨석방 합의배경]北 『명분보다 실리』전격수용

  • 입력 1999년 6월 25일 19시 14분


북한이 25일 민씨 석방에 전격합의한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선 30일은 현대가 북측에 매달 보내는 금강산 관광사업 관련 비용 800만달러의 송금 시한. 당장 돈이 급한 북한이 민씨 한사람 때문에 거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민씨 문제가 금강산 관광사업 전반과 연계돼 있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 없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인 억류 열흘이 넘어가면 국제사회가 인권 차원에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인권문제에 관한 한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북한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5일 “민씨 송환협상의 주도권이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에서 당국간 대화채널로 넘어왔다. 당국자 접촉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우리측이 제시한 ‘선(先)석방,후(後)협상’ 원칙에 북한이 동의하면서 민씨 석방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리’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민씨 석방의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가 석방됐다 해서 당장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통일부 관계자는 “협상은 이제부터”라며 “민씨 협상은 물론 관광객 신변안전보장문제나 이산가족문제 등 남북관계 전반의 ‘뜨거운 감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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