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상호주의 포기’라는 비난 속에서도 햇볕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온 정부의 노선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대북 현안들을 사안별로 분리, 북한의 협력여부에 따라 완급을 조절키로 했으며 금강산관광사업을 포함해 대북 경제협력 사업 전반에 대해 남북한 당국간 각종 보장책 마련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분간 정경 ‘분리’와 ‘연계’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상호주의 원칙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7일 미 외교협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북 경협을 위해 북한과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 등의 체결이 필요하고 인적 왕래에 대해서도 신변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금강산 관광과 남북차관급 회담도 ‘선(先)북측 성의표시, 후(後)사업재개 및 비료지원조치’라는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강산 관광의 경우 정부는 북측 관광세칙의 독소조항 삭제를 최우선적 요구사항으로 앞세우고 있다. 관광객들의 행태에 대한 북한의 자의적 판단 여지를 없애는 것이 1차적 목표인 셈이다. 분쟁조정위 설치는 보다 복잡 미묘한 사안이어서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남북간 관광세칙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 합의를 낙관할 수 없는데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따른 여론의 추이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 북한에 제공키로 한 나머지 비료 10만t의 제공 여부도 철저히 상호주의를 견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도 남북관계에 ‘냉각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정부정책도 얼마간은 ‘유연성’보다는 ‘원칙’쪽에 무게가 실릴 것 같다.
〈윤영찬기자·베이징〓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