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그동안 ‘독선’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매사를 직접 챙기던 업무 스타일에서 탈피해 당과 정부의 재량권을 확대하고 있다는 건 이미 여권내에 알려진 일. 김대통령은 이미 특검제 문제 등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25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과의 노정 합의에서 국민회의가 정부를 제치고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그 예. 특히 대민(對民) 정책의 측면에서는 국민회의가 정부의 전화요금 인상방침을 백지화시킨 데 이어 공공요금 인상은 반드시 당정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일방적’이라고 할만큼 대정부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회의는 금명간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 명의로 전국 지구당 간부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민심 수렴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또한 현장 여론을 바탕으로 정국 주도력을 회복하려는 조치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당을 ‘중시(重視)’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치적 승부처라 할 수 있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에서의 득표를 위해서다. 같은 맥락에서 여권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후퇴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정치개혁과 재벌개혁’이 향후 국정운영의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결국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위기수습책은 청와대가 개혁의 중심을 관리하되 당과 정부의 역할 분담을 통해 그 각론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통일문제 등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김대통령의 언급에서는 ‘선 이산가족해결, 후 비료지원’‘선 신변보장, 후 화해교류’ 등 “원칙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 전에 없이 강조되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