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운영 새기류/야당]『제2의 창당』깃발

  • 입력 1999년 6월 27일 19시 40분


“당이 정쟁에만 치우치는 인상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한나라당은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아야 하며 그같은 변화의 노력없이는 야당에 대한 신뢰가 배신감으로 변할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25일 확대당직자회의 발언이 당내에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발언에 대해 ‘대여공세 완화의 예고편’이란 얘기도 나왔고 같은 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맞물린 한나라당의 ‘자성론’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총재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26일 총재단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나의 발언이 우리 당이 그동안 견지해왔던 입장을 상당 부분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비쳐진 것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김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맞물려 해석되는 것도 잘못됐다”고 불쾌해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총재가 발언 당시 김대통령의 사과발언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총재의 이 발언은 상당 기간 ‘준비된 발언’이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핵심측근은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하려면 9월 정기국회에서 당의 새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이회창의 ‘새정치’와 ‘제2의 창당’의 마스터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총재의 25일 발언은 바로 당 개혁의 신호탄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제2의 창당’의 이념으로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이총재측의 고민이다. 특히 여권의 내각제 입장 정리에 편승하거나 ‘발목잡기’식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지도자로선 너무 수동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측근들 사이에서 거세지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총재의 내각제 가부(可否)입장이 여권의 내각제 정리 전인 8월중에 미리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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