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기상도]北-美 대화 순풍…南-北은 찬바람

  • 입력 1999년 6월 28일 18시 58분


지난주 한반도에는 남북관계의 ‘한랭기류’와 북―미 관계의 ‘온난기류’가 엇갈렸다.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사건과 미국 국무부의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 발표는 이같은 기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선 미 국무부가 발표한 금창리 보고서는 북한의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결론은 “금창리시설이 원자로나 핵재처리공장 부지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서해교전사태유발, 민씨억류 등으로 또다시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한이 결국 민씨를 석방했지만 남북관계는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남북 차관급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의 명암도 크게 엇갈렸다. 22일부터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은 사전합의한 주의제인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한발짝도 진척을 보지 못했다.

반면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은 예정대로 순조롭게 끝났다. 미국은 북한측에 금창리시설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다음달 중순 북―미 6차 미사일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차별적 태도는 북한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의 일환이다. 따라서 이같은 북한의 차별화 전략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봉남 정책’에 일정부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서해교전사태에서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본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창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해도 매우 변모된 자세라는 것. 정부 당국자는 “서해교전사태 이후 나온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은 남측 경제인의 방북 금지지역을 북한 전역이 아닌 ‘평양’으로 못박았다”며 “이는 금강산 관광이나 신포 경수로 건설사업은 계속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남북 차관급회담의 ‘판’을 깨지 않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나 민씨를 비교적 조기에 석방한 것도 ‘자존심’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북한의 태도변화로 비쳐진다.

〈윤영찬기자〉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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