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공정책실 산하 정치단과 언론단의 신설 자체를 부인하고 나설 정도로 국정원의 조직과 기능은 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측의 시각 등에 비추어 볼 때 몇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우선 감안해야 할 점은 현재 여권이 처해 있는 정치적 환경이다. 현 정권이 지난해 출범한 이후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은 주지의 사실. 특히 ‘5·24’ 개각의 후유증, ‘옷사건’ 등으로 인해 여권 내에서도 이미 ‘위기론’이 대두된 형편이다.
또한가지 이같은 상황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명운을 결정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국정원의 내정(內政) 관련 기능을 강화한 배경이 된 것으로 한나라당측은 분석한다.
실제로 그동안 여권 내에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자신의 산하에 ‘힘을 가진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아쉬워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던 게 사실이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김대통령이 지지층 이완, 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 등 열악한 정치적 환경을 돌파하고 이른바 ‘통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국정원의 기능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무튼 여권의 이같은 정국대처 기조가 얼마큼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오히려 역기능만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