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대표연설에서 나타난 3당의 정국인식은 말 그대로 3당3색이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와 혼돈’이라고 규정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스스로 약속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신(新)관치금융으로, 야당 존중은 야당 파괴공작과 날치기로, 지역감정 치유는 출신지역에 따른 성골(聖骨)과 육두품(六頭品) 배치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파업유도공작으로 뒤바뀌면서 위기와 혼돈은 시작됐다고 질타했다.
이총재의 해법은 분명했다. 전면적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옷사건’ 등 4대 의혹사건들을 규명하고 진정한 ‘상생(相生)의 정치’를 펼침으로써 ‘큰 정치’를 회복하자는 것. 그리고 혼돈의 또 다른 뿌리인 ‘DJP 내각제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밝히라는 것이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이날 집권여당의 ‘고해성사’라 해도 무방할 만큼 자성(自省)을 앞세웠다. 그는 심지어 “‘국민의 정부’에 국민은 없다는 회의 속에 ‘국민의 정부’, ‘국민을 사랑하는 정부’의 정당성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다”고까지 자아비판하며 현재상황을 ‘위기’라고 자인했다.박총재는 특히 ‘검찰의 공황적 위기’라는 표현까지 동원, 검찰의 거듭나기를 촉구했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특검제와 선거 국회 정당 정치자금 제도의 일괄타결을 3당3역회담에서 논의하자는 등 정치개혁의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주로 현 정부의 치적을 방어하는데 주력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대북정책▼
국회 3당대표 연설에서 드러난 각당의 대북 인식은 전반적으로 정부보다 강경했다. 특히 보수색채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물론 국민회의까지 “금강산 관광객의 신변안전에 확실한 보장을 받은 다음에 관광을 재개하라” “이산가족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2차 대북비료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대목이 눈에 띈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당 속성상 정부보다는 여론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자민련은 보수파 위주의 구성원 색채보다는 진보적이었다. 서해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억류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상호주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경직되게 운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자”고 밝혔다.
이는 공동정권의 공조 유지에 신경 쓴 결과로 풀이된다.
예상대로 한나라당은 가장 강경했다. “무조건적 포용정책에서 벗어나 ‘선택적 포용정책’으로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선택적 포용정책’이란 포용정책을 실시하되 철저하게 상호주의에 입각, 북한과 ‘기브 앤드 테이크’를 하라는 것.
이날 연설에 나타난 각당의 대북 노선은 ‘국민회의〓중도’ ‘자민련〓중도보수’ ‘한나라당〓보수’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경제▼
국회 3당대표 연설에서 나타난 각 당의 경제현실 진단과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으로 경제가 안정권으로 접어들었다면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한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가 정치논리로 경제를 과대포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재벌개혁을 둘러싼 정부역할과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붕괴되고 있는 중산층 보호대책에 대해서는 여야가 극명한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구조조정은 경제를 살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며 나라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대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주도의 빅딜은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방법으로 삼성자동차의 빅딜실패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대해서도 “죽어가는 기업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켜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경제 전반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며 ‘시장주의’의 정착을 강조했다.
반면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관치만능의 한국경제가 결과적으로 맞은 것은 외환위기와 국가부도사태”라며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부개입의 최소화를 요구했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