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원칙이 무시됐거니와 개인적으로도 원칙을 무시하는 삶을 살았다. 정치는 강압과 정략에 기초했고, 경제는 부정과 특혜에 의존했으며, 심지어 원칙에 가장 충실해야 할 교육과 종교마저도 편법과 술수에 의존했다. 줄서기니 한탕주의니 하는 것도 모두 원칙을 무시한 일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절차와 합의를 무시한 군사독재와 성장과 효율만을 앞세운 성장제일주의 경제정책이 큰 몫을 했다. 원칙대로 하면 일이 안되거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됐으며 편법과 술수야말로 능력이요 지혜인 것처럼 간주됐다. 그래서 원칙대로 사는 사람이 드물게 되고, 혹 원칙대로 살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사람은 세상 물정을 모르거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편법과 술수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원칙과 정도가 비능률적이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인생과 사회를 조금만 더 깊이 관찰해보면 원칙과 정도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즐거운 것임을 알게 된다.
원칙이 무엇인가. 원칙이란 사물의 근본법칙이요 근본원리이다. 근본법칙과 근본원리대로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쉽다. 근본법칙을 벗어나면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다. 원칙은 우회로가 아닌 직선거리이다. 직선거리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다. 그래서 원칙을 알고 원칙을 정립해서 실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할 것이다. 흔히 원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원칙이야말로 인생과 사회를 부드럽고 활기차게 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빚어지는 사회 혼란 때문에 사회경제적 비용이 얼마나 큰가를 고려하면 더욱더 원칙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알 수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스티븐 코비 박사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즉 원칙을 세우고 원칙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려고 한다면 그것 같이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경고한다.
오늘날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어려움에 처한 것도 원칙을 벗어난 국정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강조하지만 바뀐 것은 대통령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난 시대의 인물과 관행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의 대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독선과 관치경제가 극에 이르고 있다. 원칙이 없고 정의가 없으니 국정은 난맥상태에 빠지고 사회는 혼란과 불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김대중대통령만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국민적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사회에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란 말을 떠올리기가 어색할 만큼 원칙과 정의가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도덕불감증은 말할 것도 없고 불법불감증 범죄불감증까지 만연해 정신적 공황 상태가 되고 있다. 사회혼란의 원천이자 불행의 원천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원칙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원칙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원칙이 무엇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위기에 처할수록 원칙을 추구해야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교훈을 남기고 재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원칙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장기표(신문명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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