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 5년]김정일체제 견실…경제는 만신창이

  • 입력 1999년 7월 7일 19시 19분


김일성(金日成)이 돌연 사망한 지 8일로 만 5년이 된다.

북한에 공산정권을 세우고 반세기 가까이 전제적 통치를 해온 김일성 사망 후 외부에서는 ‘북한 조기붕괴론’이 한동안 설득력있게 유포됐다. 북한의 모든 법과 체제 위에 군림해 온 절대 지배자였던 김일성이 없는 북한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게 그 근거였다.

또한 90년대 들어 북한 경제는 계속 뒷걸음질쳤고 식량부족도 갈수록 심화됐기 때문에 북한 체제가 오래 존속할 것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만신창이 상태로나마 버텨왔다.

수많은 주민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태지만 김정일(金正日)의 권력장악엔 현재 별다른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입어 외교적 고립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북한에서 ‘김일성 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 시대’를 여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다. 김정일은 오래전부터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의 유훈(遺訓)을 내세워 통치하다 3년 상(喪)이 끝난 뒤에야 권력을 승계했다.

김정일은 지난해 9월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직을 폐지하고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군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선군(先軍)주의’를 체제보위의 기조로 삼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 시도와 미사일개발 시험발사 수출 등을 통해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등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었던 것도 군부 중시의 한 요인이 됐다. 김정일은 또 지난해 이후 군사 사상 경제 면에서 강국을 만들자는 ‘강성대국론’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연평해전에서 보여주듯 북한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북한 경제가 올해 저점을 통과,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상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김일성 사후 5년은 북한으로서는 결코 성공의 역사였다고볼수없다. 오히려 안팎의 시련과 도전으로부터 체제를 방어하느라 급급했던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뤄 볼 때 북한체제가 조만간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냉랭했던 남북관계는 현 정부 들어 각종 교류가 증가하면서 화해 협력의 새시대를 여는 듯했으나 최근 금강산관광 중단과 남북회담 결렬로 다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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