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정권이탈」폭발발언]「JP의 분노」뭘 노리나?

  • 입력 1999년 7월 8일 19시 17분


8일 국민회의와의 결별 의사를 내비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폭탄 발언’으로 공동정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김총리의 이날 발언의 핵심은 두마디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구먼”과 “그런 사람(김영배·金令培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과 같이 일하기 어렵지 않은가”가 그것.

앞의 발언만 놓고 보면 김총리는 공동정권 이탈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회의측에 대한 많은 불만을 삭여왔는데 더 이상 이를 참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러나 뒤의 발언을 보면 김총리가 공동정권 이탈보다는 김대행 경질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행만 문책하면 공동정권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관계자들은 대체로 후자 쪽의 분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김대행이 취임하자마자 자민련과의 합당론을 피력한 데 이어 이번 특검제 정국에서도 여러 차례 김총리를 ‘홀대’하는 발언을 거듭하자 김대행을 ‘손보기’로 작심하고 김총리가 극언을 퍼부었다는 견해다.

하지만 김총리의 ‘분노’가 8월 내각제 담판을 앞둔 사전 분위기 조성용일 수도 있어 이를 일회성 발언으로 간주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많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 “8월까지 내각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런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총리의 내각제 해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내각제 연내 개헌 합의 관철을 위해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이미 김대통령과 연내 개헌 불가에 합의했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최근 김총리와 자주 접촉했던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총리가 연초만 해도 내각제에 대해 그리 강한 집착을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내각제 개헌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는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리가 내심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양분하는 ‘이원집정제’식 권력구조를 선호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총리가 연내 개헌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민련의 충청권 의원들은 “김총리가 9월 전당대회에 당으로 돌아와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며 “김총리가 연내 개헌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총리는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총리가 대통령과 내각제에 대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며 내각제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金총리-金총재대행 문제의 발언▼

▽김총리〓(자민련 당직자들에게)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구먼. 그런 사람(김대행)과 같이 일하기 어렵지 않은가.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과의 전화 통화에서)자꾸 이러면 공조 계속할 수 없소.

(김용채비서실장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특검제에 대해 양당이 단일안을 만든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런 돌출발언을 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공동여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2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특별검사제를 전면수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것이라고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이 알려와 총리가 말할 사안이 아니라며 그런 답변을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김총리가 특검제 확대 방침을 천명하고 자민련도 그런 쪽으로 움직여 협상이 잘 안됐다.이는 부적절한 것이었다. 총리가 할 얘기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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