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협상과 특검제 수용을 둘러싼 국민회의―자민련간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여권핵심부에서 최근 끊임없이 흘러나온 자조(自嘲)의 소리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 캐나다 방문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8일 국민회의 지도부가 일괄사표를 제출한 배경에는 이같은 상황인식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유기간 중 취약한 대야(對野)협상력과 특검제 수용을 둘러싼 공동정권 내의 불협화음에 대한 보고를 받고 김대통령이 이미 지도부 개편방침을 굳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불과 1개월여 앞둔 시점에 김대통령이 당직개편을 단행키로 한데는 대야협상력의 강화 외에도 여러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우선 여권관계자들은 이번 당직개편을 계기로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8월말경 치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그 형식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지도부를 추인하는 등 약식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대통령은 이와 관련, ‘고급옷 로비의혹사건’ 등으로 이반된 민심과 자민련과의 내각제 갈등을 수습한 뒤 총선에 대비해 연말경 ‘제2창당’에 버금가는 본격적인 전당대회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내에서 이번 당직개편의 방향을 총재권한대행―사무총장―원내총무 등 당 핵심라인의 ‘실세화’로 보는 이유도 결국 새 지도부의 1차 임무가 전국정당화의 준비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도부 개편을 계기로 김대통령은 정국의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적극적인 정국운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대야관계도 여야총재회담 개최를 통해 정국타개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구상을 가다듬을 것 같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