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행은 이날 오전10시경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2일 국회에서 특별검사제 확대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유임 통보를 받았다.
김총리는 국회에서 통일 외교 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듣고 있다가 김대행의 발언소식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총리가 몸을 부르르 떨더라”고 전했다.
김총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이제 (국민회의와) 헤어질 때가 된 것 같구먼. 그런 사람(김대행)과 같이 일하기 어렵지 않은가”라며 격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어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꾸 이러면 공조 계속할 수 없소”라고 경고했다. 또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에게 “김대행의 돌출발언은 공동정권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내용의 ‘약식성명’을 발표토록 했다.
김총리는 국회로 돌아와서도 화를 풀지않았다.
자민련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김대행에 대해 납득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국민회의와 공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에서 주례회동을 가진 뒤 오후3시경 국회로 돌아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뒤늦게 김총리의 격노 사실을 전해듣고 김실장에게 “지금 당장 김대행을 바꾸라”고 다그쳤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각각 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했으나 의견이 엇갈렸다. 아무리 김총리가 격노했다고 하더라도 김대통령이 김대행을 유임한지 몇시간만에 다시 경질할 수는 없다는 주장과 공동여당의 공조를 위해서는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김옥두(金玉斗)의원 등은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과 강총무 등을 만나 “김대행의 발언이 와전됐다”고 무마했다. 그러나 자민련측은 “번번이 언론탓을 하는데 이번에는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난처해진 김대행은 김실장에게 “내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고 판단, 오후4시경 김대행 경질을 발표토록 했다.
김총리는 국회로 찾아온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으로부터 김대행 경질을 보고 받고 활짝 웃었다. 그는 본회의장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어린 아이처럼 달려가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박총재에게 “내일 의원총회를 열면 김대행 얘기가 또나와 ‘죽은 사람에게 칼 대는 꼴’이 되니 의총을 하지말라”고 지시했다. 자민련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즉각 “양당 공조에 누(累)가 되는 발언에 대한 인책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한 관계자는 “양당공조를 위해 김대행 경질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정식 인터뷰도 아닌 발언에 대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