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3일 각종 회의를 긴급 소집해 정국대처방안을 논의한 끝에 여권이 ‘세풍사건’ 수사확대와 야당의원 빼가기를 시도할 경우 정면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동교동계 핵심실세들을 전면에 배치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 국민회의는 그들대로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여야의 기세로 보아 이같은 대치상황이 일과성으로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대립의 강도도 거세지고 기간도 꽤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한나라당이 즉각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자금 조사를 위한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한 자체가 이같은 전망의 근거가 된다. 이와 관련해 이총재의 한 측근은 “DJ비자금 등 대선자금 규명요구는 반격을 위한 반격이 아니다”며 “이총재로서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당장 이번 임시국회부터 회기말(16일)까지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세풍사건 수사 등에 대한 여권의 진의를 확인한 뒤 국회운영 참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상황을 볼 때 여야간 타협가능성은 희박한 형편이다. 여권이 김전재정국장의 긴급체포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국회가 공전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층 지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추경안을하루빨리처리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안에 추경안을 처리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 여당이 이번 회기 중에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던 통합방송법 입법도 늦어지게 됐다.
또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범위에 관한 여야 협상도 당분간 원점을 맴돌 것 같다. 한나라당은 전면적 특검제 도입과 ‘고급옷 로비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은 ‘옷사건’과 ‘파업유도사건’에 한해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무튼 김전재정국장 체포라는 돌발변수가 정국경색의 빌미가 됐지만 그렇지 않아도 불신이 팽배해 있는 여야관계를 감안할 때 정국이 조만간 정상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