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年內개헌포기/속뜻은 무엇인가]16대국회서 개헌 노릴듯

  • 입력 1999년 7월 14일 18시 36분


12일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 의사를 밝혔다가 14일에는 이를 부인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진의(眞意)’는 무엇일까.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자민련의 내각제 강경파 의원들은 김총리의 연내 개헌 의지가 물건너 간 상태라고 보는 편이다.

그들은 김총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개헌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되 개헌시까지 내각 중심의 국정운영을 펴기로 교감했을 것으로 본다.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가 전한 12일 김총리의 발언 내용도 이런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김총리는 그 자리에서 “여러 여건이 어렵고 나라가 어지러운데 ‘최선(最善)’만 고집하지 말고 ‘차선(次善)’도 강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은 곧 ‘개헌을 하되 개헌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것.

반면 김총리가 아직은 연내 개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김광수(金光洙)상임고문은 14일 “오늘 김총리가 ‘당이 원한다면 언제라도 당에 돌아가겠다. 자꾸 나에게만 미루지말고 당이 먼저 나서서 연내 개헌이 가능하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하더라”면서 “지금이라도 당이 연내 개헌을 밀어붙이면 김총리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사 자민련이 연내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김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김총리가 공동정권을 이탈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개헌 포기 발언을 부인하면서도 연내 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때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을 일절 피했다.

결국 김총리는 일단 당을 부추겨 김대통령을 압박하며 협상의 입지를 강화한 뒤 마지막 순간에 개헌 시기를 연기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민련의 한 의원은 “김총리는 내각제를 포기하는 순간 정치생명이 끝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김대통령과의 담판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연합공천 지분 등을 최대한 얻어 16대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김총리의 속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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