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자민련 의총의 결론은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각제 강경파와 총무단의 합작으로 만들어낸 ‘쿠데타’적 성격이 짙다.
이들의 목표는 물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연내 개헌 포기 발언을 백지화하는 것. 김총리가 이미 연내 개헌 포기 의사를 굳혔으면서도 겉으로는 “당론에 따르겠다”고 밝힌 ‘모순’을 공략해의총을 통해 김총리의 발목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특히 의총 마지막 순간에 연내 개헌 추진 방침을 의원들의 ‘결의’형식을 취해 공식화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가 의원들의 불만을 적당히 수습하고 의총을 마치려 했으나 사회를 본 변웅전(邊雄田)수석부총무가 이를 제지하면서 이같은 절차를 강행한 것.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회의와의 내각제 후속 협상 기구인 ‘8인 협의회’에 제동을 걸었다. 협의회가 당의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걸었지만 그 보다는 협의회 멤버인 당3역과 대변인의 성향을 문제삼기 위해서였다.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를 제외한 나머지 대표들이 ‘내각제 온건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의총 결론으로 공동여당의 연내 개헌 유보 방침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민련의 L의원은 “총리의 연내 개헌 포기 의사는 변화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총리는 이미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완패했고 어느 면에서는 총리직 자체에 집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은 전체 의원 55명 중 16명에 불과해 이들의 의견을 당의 전체 의사로 간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자민련 내에서도 이날 의총을 ‘일회성 쿠데타’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연내 개헌 유보 추진 방침을 다소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완전히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