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회동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JP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까지도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계속 잡아뗐다.
정부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한 JP는 곧바로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가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했다. JP는 이날 오후에야 침묵을 깨고 공보관을 통해 김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만찬석상에서 정치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JP가 이처럼 조심스러워 하는 것은 ‘연내 내각제개헌 포기’에 따른 자민련 내의 반발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헤쳐 모여’식 신당창당론이 불거질 경우 몰아칠 ‘역풍(逆風)’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90년 3당 합당 후 치른 92년 14대 총선때 텃밭인 대전 충남권에서 대패(大敗)한 것은 JP에게 쓰라린 기억일 뿐만 아니라 자민련 내 충청권 의원들이 합당론에 극력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JP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김대통령과 JP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더라도 두 사람이 정계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DJP회동에서 적어도 JP에게 당권을 보장하는 방안 등 신당창당과 관련한 다양한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의 의견이 모아졌으리라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다만 JP는 아직 정계개편의 각론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설익은’ 상태에서 불거진 정계개편론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을 수습하는 것도 일단은 JP의 몫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갈수록 더욱 신중해질 것 같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