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김총리의 공식발표가 서로 다른 것을 단순한 ‘착오’로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발표 내용의 차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총리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회동 후 대통령이 구술한 것은 3개항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신당 창당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는 데 대해서도 김총리와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과 김총리의 ‘체면’을 동시에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즉 청와대가 발표 내용에서 ‘합당 불가’조항을 뺀 것이나 김총리가 합의사항에‘합당불가’를 포함시킨 것이나 두사람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얘기다.
이는 김대통령은 신당 창당을 포함한 광범위한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한 주인공이지만 김총리는 아직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정리가 덜 된 상태인데다 합당에 대한 자민련 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해 ‘발표 분담’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
청와대나 김총리 모두 합당에 대해 “합의한 바 없다”는 점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그동안 합당과 관련한 ‘물밑 논의’의 정도에 대한 공동여당의 인식 차이가 이번 합당파문의 한 원인이 됐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