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 JP의 연내 내각제 개헌 포기 합의와 국민회의의 정계개편 추진에 이어 YS가 DJP장기집권 음모를 분쇄한다며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이런 흐름은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DJ는 임기보장과 사후관리, JP는 영향력 확대와 차기보장, YS는 PK(부산 경남)를 중심으로한 지지기반 부활이라는 각각의 ‘열매’를 노리는 가운데 도래하고 있는 ‘후3김시대’는 좋든 싫든 향후 정치지형을 결정짓는 주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긴장 속에 3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나 아직은 숨을 죽이고 있는 각 정파의 이른바 ‘차세대주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활(自活)의 길’ 모색을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회의와 자민련, 그리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상도동을 에워싸고 있는 기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후3김시대’를 예비하는 듯한 3김의 노림수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21일 발표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간의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 합의도 표면적으로는 ‘개헌유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후3김시대’의 공존틀이 될 수도 있다.
JP가 DJ가 원하는 연내 개헌유보를 받아들여주되 대신 연합공천 지분을 최대한 확보, 내년 총선에서 자민련을 국민회의나 한나라당에 버금가는 정당으로 키운 뒤 김대통령 임기말 내각제에 본격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DJ가 JP에게 ‘차기’를 보장했다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거꾸로 DJ 스스로 임기말에 내각제 약속을 실천, 퇴임 후를 대비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내각제 고리는 YS의 움직임과도 함수관계가 있다. YS가 최근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겠다고 나선 것은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DJ임기내 내각제 개헌과 ‘후3김시대’를 겨냥한 세(勢)결집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 고위인사가 얼마전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YS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YS는 김대통령이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해 퇴임 후에도 JP와 함께 정국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YS가 ‘장기집권음모분쇄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후3김시대’의 계파보스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명분포장이다. YS는 현직 은퇴 후 계파보스들이 배후에서 힘을 발휘하는 일본식의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내각제 개헌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임기 중에 좌절된 ‘킹메이커’로 나설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도동 가신’그룹의 한 인사는 “YS는 새로운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YS정치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DJ JP YS는 호적상 나이로 올해 각각 74, 73, 72세. 그러나 3김의 노림수는 결코 나이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듯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