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세풍’ 사건의 핵심은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회창(李會昌)총재측이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했는지의 여부였다. 그러나 30일 문화일보의 보도로 불거져 나온 ‘세풍 제2막’은 이총재 측근 인사들이 세풍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의 이총재 측근이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더나아가서는 대선 때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나라당 주류와 비주류간 내분이 폭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총재측은 즉각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여권의 공작정치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이날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이총재가 세풍사건에 한나라당이 관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지고 당을 떠나겠다고 발언한 일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총재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추는 등 강력한 반격을 가하고 나섰다.
사안의 성격상 여야 모두 불퇴전(不退轉)의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열음이 불가피한 실정. 특검제 여야 협상이 가동되는 등 모처럼 협상 국면을 맞은 정국이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