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이날 자민련 현역의원 및 당무위원들과의 오찬에서 내각제강경파에 대한 ‘통첩성’경고를 했고 김전수석부총재도 김총리와 사실상 결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갈등은 새로운 양상으로 잠복할 전망이다.
김전수석부총재는 이날 자신의 집을 찾은 김범명(金範明) 변웅전(邊雄田)의원 등과의 오랜 대화 끝에 저녁모임을 취소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동료의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취소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충청권의원 대부분이 참석의사를 밝혔고 일단 그것에 만족한다”며 “나는 기존의 입장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김총리를 ‘김종필씨’라고 호칭하며 “내각제가 아직 살아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JP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특히 ‘JP에게 결국 항복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나를 그렇게밖에 안보느냐”며 역정을 냈다. 또 “JP측근들이 내가 초청했던 의원들에게 가한 협박과 회유의 실상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다”며 김총리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했다.
한편 김총리는 이날 오찬에서 지난달의 워커힐 DJP회동, 청와대 DJT회동 등 개헌유보과정을 설명한 뒤 “‘내가 당을 팔아먹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당을 같이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특히 내년 총선 이전에 당에 복귀,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는 충청권의원들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각제를 포기한 적이 없으며 내년 총선후 (내각제개헌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밀고 나가면 된다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도 상의했다”며 “나는 내각제가 될 때까지는 결코 정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오늘까지 한 가정의 어머니 역할에 충실해왔다. 죽을 때까지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누르면 좋은 가정이 될 수 없다”며 “국가차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김총리와 김전수석부총재는 이날 ‘정면대결’은 피했지만 앞으로 관계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 김총리의 측근들은 “김전수석부총재에게 ‘떠나려면 떠나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고 김전수석부총재의 한 측근도 “오늘 만찬 취소는 김총리에 대한 ‘마지막 예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제 관심사는 김전수석부총재의 향후 거취. 탈당이나 9월 전당대회 당권도전 등 여러가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당분간 그는 당내 분위기를 살피며 ‘당중당(黨中黨)’의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6일 차남이 있는 폴란드로 떠나 일주일간 머물 예정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