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 검찰이 서울은행 조흥은행 등에 개설된 후원회 계좌 3개에 대해 세풍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91년1월부터 98년9월까지의 거래내용을 제출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은행측이 보내온 ‘금융정보제공사실통보서’ 사본을 공개했다. 한나라당의원들은 이날 열린 국회 예결특위에서도 “검찰이 91년까지 소급해 야당의 후원회계좌를 뒤진 것은 세풍사건과 관련이 없는 불법수사”라며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사과와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검찰의 이같은 계좌추적은 92년 대선자금과 95년 지방선거 및 96년 총선자금까지 불법추적해 정치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야당후원금 불법사찰 규명특위’(위원장 박희태·朴熺太)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착수키로 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의 후원회 계좌까지 추적한 것은 대선자금에 관한 불법적인 보복 추적으로 명백한 정치사찰”이라며 “이는 국가기강을 무너뜨리는 반민주적 반역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이종찬·李鍾燦 검사장)는 이날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10여개 금융기관에 개설된 한나라당 후원회 계좌 25개에 대해 96년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거래내용을 조사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을 통한 불법모금자금 166억원 중 98억여원이 한나라당 후원회 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드러나 거래내용을 조사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대선기간 이전인 97년6월 이전의 자금내용을 조사한 것은 흔히 수사과정에서 계좌 개설시점 이후의 내용을 조사해온 관례에 따랐던 것이었다. 기술적인 실수였다”고 소급추적사실을 시인했다.
〈최영훈·김차수기자〉ch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