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그동안 쏟아온 관심에 비춰보면 후보추천에 의욕을 보이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사법부가 이례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보여 혼란스럽다. 대법원은 추천후보와 추천이유의 적정 여부가 아니라 추천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이익단체인 변협이 사법부 구성에 간섭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변협이 순전히 이익단체만은 아니다. 순수 이익단체라고 해도 사법 관련 법정단체로서 사법부 수장의 임명에 대해 대통령에게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잘못인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대통령에게 의사를 개진하는 것은 권장할 사항이다. 사법부도 당연히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변협이 이익단체로서 그 이익에 ‘영합하는’ 인물을 추천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논란은 현행 대법원장 선임제도와 파행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생긴 것 같다. 임명제도를 일단 수용하더라도 삼권분립 원칙상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은 행정권의 수반이 아니라 국가의 대표로서 형식적 의례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회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장 추천기구나 인사청문회 등의 보완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여건이 미비한 현실에서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것이나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외견상 다를 바 없다. 실제로 같은 차원에서 행사될 가능성도 완전히배제할수는없다.
국민이나 법조단체가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행사를 감시하고 임명에 참여하기 위해 인물을 추천하거나 후보 거론자 중 부적절한 인물을 지적할 권리가 있다. 사법부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행 제도의 파행성을 굳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는 그 구성부터 재판까지 외부 간섭을 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사법권 독립은 행정권 입법권 사회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지 국민 주권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변협의 후보추천을 비판하며 대통령의 낙점만을 기다리는 사법부의 모습에서 권력에 초연한 기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인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