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문 JP 가장 긴 하루…오후내내 두문불출

  • 입력 1999년 8월 13일 22시 47분


국회가 국무총리해임건의안 처리 여부를 놓고 온종일 힘겨루기를 벌인 13일 김종필(金鍾泌)총리는 말 없이 긴 하루를 보냈다.

김총리는 이날 평소보다 조금 늦은 오전 8시50분경 총리 집무실에 도착했다. 침통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무튼 총리실 관계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어 편치 않은 심기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김총리는 10분 후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8·15사면안 등의 안건을 심의한 뒤 회의장을 나선 김총리는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뭘 그런 걸 물어봐”라며 입을 막았을 텐데 아예 묵묵부답이었다.

김총리는 이어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 고건(高建)서울시장 등과 만나 환담했고 점심은 공관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는 한 언론인과 같이 했다.

오후에는 아예 별도의 일정조차 잡지 않고 두문불출했다. 내내 집무실에 머물며 간단한 보고만 받았고 조부영(趙富英)주택공사사장이 인사차 들른 것을 제외하곤 내방객도 없었다.

김총리는 국회 상황에 대해서도 아예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가 틈틈이 비서실에 전해온 여야 협상 진전 상황을 보고받는 것이 전부였다.

김총리가 이처럼 불편한 시간을 보낸 것은 작년 총리임명동의안의 국회 동의를 앞두었을 때 이후 처음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김총리를 만난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총리께서 애써 담담한 표정을 보였지만 취임 이후 ‘가장 긴 하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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