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해임案 진통/본회의 표정]청와대 『백지투표』

  • 입력 1999년 8월 13일 22시 47분


‘13일의 금요일’인 13일. 국회는 김종필(金鍾泌)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둔 여야간의 신경전에 특별검사제 협상까지 다시 꼬여 본회의 개회가 지연되고 몇차례 정회소동을 빚는 등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본회의 정회소동

여야는 이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3당총무들이 특검제법안 등 쟁점안건에 대해 협상을 벌이는 동안 비쟁점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의 답변내용에 야당의원들이 반발, 한차례 정회하는 소동을 벌였다.

김장관은 이날 “검찰이 한나라당 후원회계좌에 대해 국세청 불법모금 사건발생 이전의 거래내용 자료를 건네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이전의 거래내용에 대해선 입금처나 입금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야당후원회계좌 사찰의혹을 부인.

특히 김장관이 이번 국회답변이 정식 대정부질문 답변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보충질문도 받지 않은채 자리를 뜨자 김영선(金映宣)의원 등 야당의원들은 출입구까지 쫓아가면서 김장관을 붙잡으려 하는 등 극력 반발.

이에 야당의원들이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비난하는 등 소란이 잇따르자 박준규(朴浚圭)의장은 정회를 선언.

◇여야 움직임

이에 앞서 여야는 총리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일촉즉발의 분위기. 국민회의측은 의총에서 총리해임건의안 의결저지 방침을 밝혔고 자민련도 의총에서 총리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집단 퇴장키로 일찌감치 방침을 결정. 자민련의 한 의원은 헌정사상 첫 표결거부라는 비난여론에 신경이 쓰이는 듯 “청와대에서는 표결에는 참여하되 백지투표를 하는 방안을 주문했지만 총리실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며 아예 퇴장하라고 지시했다”고 귀띔.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온종일 각급 회의를 잇따라 열고 총리해임건의안 처리에 앞둔 ‘전의(戰意)’를 다졌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의총에서 “혼란스러운 국정을 바로잡고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오늘 표결에 참여해달라”고 촉구. 소속의원들도 이에 호응, 외유 중인 김덕룡(金德龍)의원과 와병 중인 최형우(崔炯佑)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의원들이 국회에 참석. 한나라당은 그러나 총리해임건의안을 의사일정 맨 마지막 순서로 돌린 뒤 집단퇴장키로 한 공동여당의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모습.

◇신구범회장 파문

신구범(愼久範)축협중앙회장의 할복사건에 따른 파문은 이날 농협 및 축협중앙회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의 국회 처리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법안심사를 맡은 법사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간 입장이 엇갈려 결론을 못내리고 우왕좌왕하던 끝에 결국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처리키로 합의.

여측은 신회장 할복사건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이날 법안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넘길 것을 주장. 반면 야측은 “이 법안이 여야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돌출사건이 발생한 만큼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며 법안심사에 반대, 결국 법사위 처리는 무산.

결국 여당측은 신회장의 할복사건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찌감치 ‘농업협동조합법’이 전날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여야합의로 통과한 만큼 본회의 처리방침을 결정.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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