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김현철씨의 이상한 계산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김현철(金賢哲)씨가 16일 대선자금 잔여분 70억원 중 26억여원만 기부했다고 발표한 것은 그 내용과 형식에 문제가 있다.

김씨는 2년 전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을 때 ‘70억원 전액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고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도 70억원을 헌납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부과된 벌금과 추징금, 그리고 세금은 대선자금 잔여분과 관련돼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불법행위에 대한 벌칙이다. 김씨에 대한 ‘벌칙금’을 대선자금 잔여금으로 내는 것은 대선자금을 또한번 유용하는 것과 같다. YS의 대선자금으로 준 돈을 그 아들의 ‘벌칙금’을 내는데 사용해서야 되겠는가.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서 김씨의 ‘변칙 헌납’을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기부금을 돌려주겠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가.

이와 함께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얼굴없는 발표’를 한 형식에도 문제가 있다.

특히 김씨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26억여원만을 ‘변칙 헌납’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면 이를 직접 발표하는 것이 옳다.

만약 그가 자신이 주장하듯 벌금 등 43억여원을 낼 여력이 없다면 이를 직접 설명하고 국민적 의혹에 대해 성실히 해명했어야 했다.

당시 김씨를 수사한 검찰관계자들은 지금도 김씨의 수중에는 70억원 외에 쓰다남은 자금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김씨의 한 측근은 “김씨도 할말이 많지만 참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더이상 ‘황태자’가 아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죄인’일 뿐이다. 무슨 ‘할말’이 많은지 궁금하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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