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0명에 이어 올해도 100명 가량의 법관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여 신규임용 법관수보다 사직 법관수가 2년째 더 많아질 전망이다.
특히 유능한 중견 법관들이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잇따라 사직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사태에 사법부는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 젊은 판사들의 이탈
3 월 인사 때 서울지법에서만 경력 5년 미만(사시32∼37회)의 판사 8명이 로펌과 법무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9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다시 4명의 소장판사들이 법원을 등졌다.
3월 사법사상 처음으로 임용된 예비판사 1명이 사직서를 제출한데 이어 이번에도 2명의 예비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한 판사는 “젊은 법관들이 사법부를 더이상 존경의 눈으로 보지 않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사법부에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할 신진 법관들의 이탈은 사법부의 근본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중견 판사들의 사직
최 근 법원을 떠나는 판사중에는 서울지법 파산부장, 서울지법 형사합의부장, 서울지법 형사단독부장 등 법원내 요직(要職)을 맡고 있는 엘리트 판사들이 많다.
또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는 판사중에도 지방법원 부장으로 내려가 2년정도 근무한 뒤 옷을 벗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법조인들은 이들 엘리트 법관들이 사직하는 것을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현재의 보수보다 많게는 5배정도 높은 수입을 얻게 되는 등 경제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전문법원의 위기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3월 전문법원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발족시킨 특허법원과 행정법원의 판사들이 대거 사표를 내는 현상에 허탈해 하고 있다.
3월 행정법원에서 부장판사 1명 등 3명의 판사가 사표를 낸데 이어 9월에는 특허법원의 배석판사 2명과 행정법원의 배석판사 1명 등 3명이 다시 사직서를 냈다.
전문성을 가진 법관을 희망하며 지원 당시 6대1의 경쟁을 뚫고 자원했던 판사들이 사표를 내자 법원행정처는 특허법원 판사 2명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당사자들은 사직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 부작용
현재 전국 법관들이 1명당 평균 400건의 미제사건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임용 법관보다 많은 법관들이 사직하는 것은 재판지연 등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문법원 판사 등 엘리트법관들의 사직은 사법서비스의 질저하로 연결될 수 있어 우려할 사태라는 게 많은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