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제재해제 발언]美 '당근'에 北 예상밖 버티기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47분


미국이 이달초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측에 제시했다는 ‘선 미사일발사 포기, 후 대북경제제재조치 완전해제’ 협상안은 상당히 파격적인 성격을 지닌다. 미국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이렇다 할 어떤 해금(解禁)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경제제재 전면해제는 미 의회의 협조가 없이는 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이다. 테러리스트국가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문제를 비롯해 관련 법규의 개정에는 의회가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가 이같은 파격적인 협상안을 제시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아보기 위해서다. 물론 그 기저에는 북―미관계가 이제는 정상화될 때도 됐다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있기는 하다.

문제는 북한측의 자세다. 북한은 협상 시작이래 일관되게 주장해온 ‘제네바 기본합의 위반, 그리고 그 약속이행으로서의 ‘선(先)경제제재 해제’를 들고 나왔다.

양측의 이런 입장을 고려하면 당분간 북―미간 협상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중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같은 제안이 북―미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제재 전면해제는 북―미관계가 사실상 대사급 수교 이전 단계로까지 진전됨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북한이 얻게될 경제적 이득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