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美軍장래 주변국과 협의" 趙국방 강연 파문

  • 입력 1999년 8월 27일 22시 48분


중국을 방문중인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장래는 주변국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힌 사실과 관련해 야당에서 조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장관은 25일 중국 국방대학에서 150여명의 중국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열린 ‘동북아 번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양국군의 협력’이라는 주제강연에서 “한반도 통일이후 주한미군의 문제는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국가들간에 얼굴을 맞대고 만장일치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장관의 이날 발언은 강연이 끝난 뒤 한 중국군 대교(대령)의 “통일이후 주한미군 문제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부는 올 4월 주한미군은 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한미 두나라간의 문제이며 통일 뒤에도 계속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장관의 이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조장관의 발언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 등 63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조장관의 발언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며 유사시에 대비한 우리 국방의 근간을 뒤엎는 것”이라며 조장관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조장관의 발언은 통일 뒤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은 필요하며 다만 그 성격과 형태는 주변국가들의 견해를 참작해서 한미양국이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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