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8·15 경축사에서 중선거구제 도입의 당위성을 밝힌 바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내년 16대 총선에서 반드시 중선거구제를 도입한다는 생각을 굳히고 여권에 적극적인 대야(對野)협상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방침을 굳힌 것은 중선거구제 도입없이는 정치발전이나 지역감정 타파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였던 중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여야협상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29일 “김대통령은 정치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또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도입하지 않고는 정치개혁이 요원하다는 판단에 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선거구제를 개혁하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최근 당정의 고위관계자들에게 이같은 점을 강조하고 여야협상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도 이같은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김총리가 중선거구제에 부정적인 자민련 소속 충청권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대통령은 중선거구제에 대한 여야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여야의원들의 자유의지에 표결을 맡기는 ‘크로스 보팅’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아직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으나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수도권 중진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의원들이 김대통령의 협상본격추진 방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