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중선거구제 도입에 사활을 걸기로 한 것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정치개혁작업에 채찍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여권의 중선거구제 도입추진에 대해 이해득실과 관련한 다양한 관측이 대두된 게 사실. 그러나 내년 16대 총선에서의 득실과 무관하게 김대통령은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의 도입을 정치개혁의 요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중선거구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여당이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한다.
김대통령은 특히 실질적인 취임사라고 불린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정치개혁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한데 대해 몹시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중선거구제 도입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지역대결구도의 종식 등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는 앞으로 여야간 정치개혁협상에 불을 댕길 전망이다. 내각제개헌 유보에 따른 자민련 소속 충청권의원들의 반발과 국민회의 소속 소장의원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낳았던 중선거구제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대통령은 우선 국민회의 내부반발에 대해서는 정치개혁의 명분을 내세워 ‘제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자민련 소속 충청권의원들의 반발로 고충을 겪고 있는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를 독려, 먼저 공동여당의 단일안마련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런 후에 한나라당과의 절충을 본격화한다면 한나라당의 기류도 급류를 타리라는 게 청와대측 기대다. 한나라당도 현시점에서는 중선거구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민정계, 특히 중진의원들이 이를 선호하고 있다고 청와대측은 판단한다. 공동여당 단일안 확정 등 주변여건이 일정수준까지 조성될 경우 한나라당이 이에 가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
아무튼 김대통령의 중선거구제 구상의 실현여부는 여론형성추이와 함께 공동여당 내부에 대한 제어역량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