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당-제2창당 '집안사정 속앓이'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신당 박차
신당 박차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신당창당’, ‘제2창당’을 외치며 명분쌓기와 지지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우선 집안사정 때문에 골치를 앓는 모습이다.

○…국민회의는 다음달 10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가 당장 걱정이다. 신당창당 과정에서 ‘기득권 포기’를 강요당하게 될 현역 의원들의 심사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박상천(朴相千)총무 등 총무단은 “당장 ‘옷사건’ 청문회 등에서 의원들의 ‘비협조’가 눈에 띈다”면서 “벌써 이런데 정기국회를 어떻게 넘길지 고민”이라고 걱정이 태산같다. 부총무들은 “청문회에서 총무단이 지시사항을 적은 메모를 전해줘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내더라” “9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후임자 임명동의안 처리 때 과연 제대로 협조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정기국회뿐만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당창당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이 반발하거나 집단행동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민회의의 신당창당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자민련 내에서 국민회의와의 합당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26일 당직자회의에서도 논란이 벌어졌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차제에 합당 불가를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영수(韓英洙)부총재는 “소선거구제가 굳어지면 합당이 불가피하다”며 반론을 펴 결국 ‘현재는 합당불가’라는 어정쩡한 결론이 내려졌다.

이러다보니 당내에서는 “결국 국민회의의 신당에 자민련도 동참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적지않은 실정.

이런 가운데 자민련 일각에서는 ‘JP가 조기에 당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연내 내각제 개헌이 무산된 마당에 JP가 총리직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에 10월초 당 복귀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한 측근은 29일 “‘제2창당’ 추진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 쇄신을 주도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설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계파와 세력이 ‘비빔밥’처럼 섞여 있는 한나라당에서 ‘제2창당’을 주도할 세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가 28일 청평에서 열린 민주동우회 하계세미나에서 “‘제2창당’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기득권 세력은 가급적 배제하고 민주화세력이 많이 수혈되는 체질 개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 발언은 일단 ‘제2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의 지분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들렸기 때문.

하지만 이총재의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 주장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민정계의원들은 즉각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이 당이 누가 만든 당인데 함부로 말하느냐”고 흥분했다.

〈윤승모·박제균·송인수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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