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이날 치사를 통해 신당의 성격과 지향점, 신당창당에 임하는 각오 등 밑그림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신당의 성격을 ‘개혁적인 국민정당과 21세기를 지향할 미래정당’으로 잡은 것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기존 정당과는 궤를 달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치파행에 대한 여야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나 연내에 정치개혁 작업을 가속화하겠다고 재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당창당의 성패를 좌우할 인재충원과 기득권 포기 원칙을 밝힌 점도 눈여겨볼 대목. 김대통령은 신당의 주축세력으로 재야 시민 사회단체 출신보다 기업인 과학자 법조인 대학교수 문화예술인 등 전문성과 참신성 및 개혁의지를 지닌 인사들을 충원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미리 정해진 (배분)비율도, 파벌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의 신당창당 추진 △당지도부의 자의적인 공천권 배제 △당내 의사결정과 정당운영의 민주화 등의 대목도 기득권 포기를 통한 배수진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회의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김대통령도 이점을 의식, 원내활동과 선거구민의 신망, 당선가능성 등의 공천기준을 제시했으나 당내 분위기가 쉽게 수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