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무효화선언]'남한 따돌리기' 본격화할듯

  • 입력 1999년 9월 2일 19시 25분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무효화 조치는 6월15일 연평해전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연평해전의 패전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판단, 하반기중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북한이 7,8월 중엔 연평해전과 관련, 별다른 대남비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조치는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남북간 냉각기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밝힌대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에 대해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남북간에 또다른 군사적 충돌이나 마찰이 빚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7일 베를린 북―미 회담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 문제가 협상을 통한 해결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NLL문제를 다시 제기한 것은 주민통제 등 체제유지 차원에서 또다른 긴장을 유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는 개선하되 남북관계의 긴장은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면 당분간 남북대화의 재개는 기대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대미 평화협정체결을 더욱 강하게 주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서해 남북경계선을 분쟁수역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만 대화하려 들 것이 분명해 남북간에는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크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북―미관계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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