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 중간수사 발표]불씨 남긴채 일단 잠복

  • 입력 1999년 9월 6일 19시 38분


대선자금 전달 여행용 가방
대선자금 전달 여행용 가방
1년여를 끈 세풍(稅風)사건 검찰수사는 몇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도 남겼다.

▽새로 드러난 사실〓검찰은 불법모금 액수가 당초의 166억7000만원에서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최고 70억원 가량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서상목(徐相穆)의원은 97년 9월11일∼10월1일 4차례에 걸쳐 한국종합금융에 현금 30억원을 친인척 명의 등 18개 차명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의원은 30억원은 전국세청 차장 이석희(李碩熙)씨가 모금한 것으로 어느 기업체에서 낸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또 한나라당 김태원(金兌原)재정국장이 이회성(李會晟)씨로부터 받은 40억원도 불법모금액으로 추정된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씨는 97년 11월하순∼12월초순 3,4차례에 걸쳐 여의도 노상과 한나라당 당사 지하주차장에서 이씨로부터 현금 40억원을 받아 차명계좌로 입금 관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금제공자는 모른다고 진술했으며 이회성씨도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검찰은 불법모금한 자금은 ‘점조직식 접선’ 방식으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체는 준비된 현금을 사과상자나 대형 여행용가방, 이불포장 천에 넣어 정해진 시간에 호텔객실이나 지하주차장 등에서 ‘이박사가 보내는 선물’이라는 암호(暗號)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건넸다는 것. 검찰은 대선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조직으로 결성된 ‘부국팀’(부국증권에 사무실을 둔 팀)이 세풍사건의 단초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당시 부국팀 실무자인 석철진(石哲鎭)씨가 10여차례의 출석요구에 불응, 이후보에게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편 이회창후보도 불법모금된 수표 몇장을 98년 2월 개인적인 지방여행 항공료로 사용했으며 이석희씨도 98년 8월초 3천600만원을 고서화 구입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남은 의문점〓무엇보다 이회창총재가 사전 혹은 사후에 세풍을 알고 있었는지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부국팀의 문건이나 당시 관계자들의 진술로 미뤄볼 때 이총재가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

추가로 드러난 70억원을 어느 기업이 냈는지 등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며 불법모금 자금을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개인용도로 사용했는지 여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런 의문점들은 미국에 체류중인 이석희씨가 돌아와 입을 열어야만 명쾌하게 풀릴 것으로 보인다.

〈최영훈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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