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조직 ‘민혁당’ 적발…‘강철서신’김영환씨 등 5명

국가정보원은 9일 북한 노동당의 지령을 받는 남한내 지하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결성해 간첩활동을 해온 주사파 이론서 ‘강철시리즈’의 저자 김영환(金永煥·36)씨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국정원은 또 전‘말’지 기자 조유식(曺裕植·35·인터넷서점 ‘알라딘’대표) 하영옥(河永沃·36·무직) 심재춘(沈載春·29·대학강사)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김경환(金京煥·35·‘말’지 기자)씨에 대해서는 구속상태에서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들중 김씨와 조씨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전향한 점 등을 감안해 ‘공소보류’의견으로, 하씨와 심씨는 기소의견으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국정원은 98년12월18일 전남 여수해안에서 격침시킨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전화번호 수첩 등을 단서로 당시 사살된 간첩의 행적을 추적, 사살간첩이 말레이시아인으로 위장해 87년부터 국내에서 간첩으로 활동한 진운방(陳運芳·북한노동당 대외연락부소속)이란 사실과 함께 민혁당의 실체를 밝혀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영환씨는 89년 7월 남파간첩 윤택림(56·북한 대외연락부 5과장)에게 포섭돼 노동당에 입당한 후 91년 2월 “입북하라”는 지령을 받고 대학후배인 조씨와 함께 같은해 5월16일 강화도 해안에서 북한 반잠수정을 타고 황해도 해주로 입북했다.

김씨 등은 북한에 14일간 머무르며 김일성과 두차례 면담했으며 연방제통일 운동방향 등을 논의하고 귀환직전에는 김일성 훈장까지 받은 뒤 서해 공해상을 거쳐 제주도 인근 해안으로 귀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그 뒤 북한 공작원이 매설한 인천 강화군 외포리 해안 드보크에서 미화 40만달러(당시 3억원 상당) 등을 받아 92년 3월 민혁당을 결성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직 변호사 박모씨를 포함해 민혁당에 가담해 활동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하씨와 심씨의 변호인단은 “피의자들은 간첩활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공소보류▼

공소보류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가운데 범행동기와 결과, 범행후 정황 등을 참작해 검사가 공소제기(재판회부)를 보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형사범 등에게 적용되는 기소유예와 같은 제도로 기소유예는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나야 같은 범죄로 소추되지 않지만 공소보류는 시효와 관계없이 2년이 지나면 소추되지 않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