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민회의 열린정치포럼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나는 언제나 국가 차원에서 생각한다”는 김총리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합당하면 결국 자민련의 당이 될 수 있다”(설훈·薛勳의원) “양당이 토론회를 열어 공감대를 높여야 한다”(이길재·李吉載의원)는 주장들을 묵묵히 듣다 나온 김총리의 이 한마디는 그렇게 쉽게 넘길 발언이 아닌 듯하다.
김총리는 그동안 합당문제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취해왔다. 이달초 일본 방문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자민련은 자민련의 길을 갈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이 때문에 자민련 의원들은 김총리의 ‘국가차원’ 발언을 합당 논의를 개방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태섭(李台燮)부총재는 “김총리의 오늘 발언은 ‘합당 얘기를 하려면 당을 떠나라’고 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총리는 합당 여부에 대해 당의 논의 결과에 따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총리의 한 측근은 한발 더 나아가 “김총리는 8월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도 국가와 민족을 언급했었다”면서 “이날 발언은 합당 결심을 굳혔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이날 만찬 분위기도 공동여당의 새로운 기류를 보여줬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정치선배로, 경륜 있는 어른으로 잘 모시겠다”며 김총리를 깍듯이 예우했고 김총리는 “앞으로 흉금을 털어놓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나날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한편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이날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 안동선(安東善), 자민련 한영수(韓英洙)의원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정치개혁작업을 조속히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의원은 식사 후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복합선거구제를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으나 박총재는 듣기만 했다”고 전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