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새 대법원장의 과제

  • 입력 1999년 9월 17일 18시 21분


윤관 대법원장은 16일 오전 자신의 후임자가 될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 지명자의 집으로 직접 축하전화를 걸었다.

윤대법원장은 6년 전 대법원장에 취임한 직후 최지명자를 법원행정처장으로 발탁, 사법제도 개혁의 산파역을 맡겼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로 믿고 따르는 각별한 사이다.

윤대법원장은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으로 낙마한 김덕주(金德柱)전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부 수장(首長)에 올랐다.

그래선지 윤대법원장은 당시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흔들리는사법부’를 추스르고 사법개혁을이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뒤를 이을 최지명자가 처한 상황도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고 조직이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6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옷을 벗는 법관들이 크게 늘고 있어 ‘사법부의 붕괴’라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올 정도다. 유능한 법관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는 ‘이직 도미노’ 현상에 법원 내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무는 과중하고 명예마저 실추된’ 법관들의 동요 현상을 하루빨리 바로잡는 것이 최지명자가 짊어져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중론이다.

그리고 탁월한 법률행정가로 평가받는 그에게 많은 국민은 새시대에 걸맞은 사법시스템을 재임기간 중에 반드시 마련해 줄 것을 주문한다.

또 21세기 벽두의 사법부를 이끌 그에게 법이 권력을 통제하는 법치주의를 활짝 꽃피울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중견법관은 “(최지명자는)지명해준 대통령의 배려가 고맙기 이를데 없겠지만 취임하는 순간 이를 잊어버릴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치와 권위의 상징인 대법원장이 스스로 위상을 지키는 수범을 보여달라는 일선 법관들의 주문이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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