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모처럼 던진 이 말 한마디가 한동안 잠잠했던 여권 내의 합당논의에 다시 불길을 댕겼다.
★신당출범땐 입지 위축
JP는 17일 오전 자신의 발언이 ‘합당 시사’로 보도되자 “그런 식으로 하라고 그래”라며 가볍게 넘겼다는 것. 그리고 해명논평을 내겠다는 자민련측에도 “너무 장황하게 해명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렇다고 JP가 합당 쪽으로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한 측근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모든 것이 유동성, 그 자체 아니냐”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달초 일본 방문 때까지만 해도 “자민련은 자민련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JP의 말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일단 합당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쪽으로 해석 될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JP의 의중은 무엇일까.
★黨內합당반대론 주춤
우선 현 정국상황 속에서는 ‘유연성’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여권 신당이 본격적으로 골격을 갖춰 나가게 될 경우 자민련은 매우 군색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합당 가능성을 던져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당측의 한 관계자는 이날 “지금은 자민련이 5대5 지분을 요구하면서 합당론을 꺼낼 수 있겠지만 신당이 창당되면 그럴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JP측의 한 측근도 “신당이 개혁세력 일색으로 나간다면 (막판에 JP가 신당과 합당을 하고 싶어도) ‘JP거부’분위기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민주산악회의 재건 유보로 내년 총선이 ‘2여(與) 대 1야(野)’구도로 가게 될 경우 자민련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당총재 염두에
자신감 회복도 영향을 미친 요인인 것 같다. 요즘 총리실은 “총리 뜻에 따르겠다”는 충청권 의원들이 줄을 잇고 합당반대론도 주춤해졌다.
자민련 이태섭(李台燮)부총재는 “그동안 김총리가 국민회의와 합당을 안한다고 했지, 신당과 합당을 않는다고 했느냐. 김총리가 통합신당의 총재가 되는 형식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순리다”고 말한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도 “김총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통합(2여+α)이 아닌 신당과 자민련의 통합, 즉 (1+α)+1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통합시기는 연말 쯤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