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부의장 발언 파문 "李총재 외국선 말 가려해야"

  • 입력 1999년 9월 18일 19시 04분


한나라당의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이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방미기간 중 발언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당내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계 중진인 신부의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총재가 외국순방 중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한데 대해 “이총재가 김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 등으로 비판한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국가신인도와 관련된 발언은 신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당총재가 외국에 나가서 정부를 비판할 때는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려야 한다”며 “이총재가 ‘제2의 환란’이 올 것처럼 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을 한 것은 이제 겨우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벗어나려는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부의장의 따가운 ‘훈수’가 전해지자 이총재 측근들은 발끈했다. “국민회의에서 그랬다면 잡혀 갔을것”(맹형규·孟亨奎의원)이라는 비난과 함께 ‘이적(利敵)행위’라는 성토도 바로 나왔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이 18일 주재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나오연(羅午淵)의원은 “‘신관치경제’는 이미 여권내에서도 김대통령 경제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데 이를 비판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그러나 당내의 분위기가 당직자회의와 같지만은 않다.

비주류의 한 중진의원은 “신부의장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고 평하는 등 신부의장의 ‘뼈있는’ 발언이 그동안 움츠려온 당내 비주류 중진들의 ‘목소리내기’로 번지는 느낌이다.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는 이날 당지도부의 대법원장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방침에 대해 “여야간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한 만큼 교차투표(크로스 보팅)로 처리에 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내년 총선후 이총재 이외에 야권의 대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도 “정기국회 개회일(9월10일)은 법에 나와 있는데도 야당총재가 이를 무시하고 외국 방문에 나선 것은 스스로 국회 권위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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