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20일 한나라당이 ‘또 한번’ 여야의 특별검사제 합의를 번복하자 이렇게 탄식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특별검사 임명절차와 관련한 여야 합의를 뒤집은 바 있다.
정형근(鄭亨根) 안상수(安商守)의원 등 법사위원들이 나서 “여야의 특검제 합의과정에서 주무 상임위인 법사위원들과 충분한 합의가 없었다”고 치고 나왔다.
이들은 “특별검사가 수사내용을 발설할 경우 해임될 수 있다는 법안 내용은 특별검사의 활동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사직동팀 등의 자료제출 거부에 대한 적절한 제재수단이 없다”고 문제삼았다.
그러자 이재오(李在五)의원은 “특검제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대법원장 감사원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연계 여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의총 분위기가 본회의 참여 거부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두 법사위원이 제기한 문제점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걸러졌던 내용.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15일 이 문제점을 제기했고 여야 합의는 다음날인 16일 이루어졌기 때문.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두 의원의 주장에 수긍하면서도 협상과정이 아닌 국회 의결 직전에 발목을 잡은 데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내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합의된 법안 내용을 자세히 몰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 독일 방문 중 합의된 특검제 법안 윤곽만 보고받았던 이총재는 의원총회가 끝난 뒤 직접 법안을 검토하고서는 노기띤 표정으로 협상실무를 담당했던 최연희(崔鉛熙)의원 호출령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어떻든 한나라당의 번복에 따라 특검제 법안 도입은 막판 진통을 겪게 됐고 여야 간 불신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 여야 합의인 동시에 ‘국민과의 약속’인 특검제 합의를 뒤집은데 대한 여론의 비난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의 몫이 됐다.
〈박제균·정연욱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