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20일 한나라당이 ‘또 한번’ 여야의 특별검사제 합의를 번복한 직후 이렇게 탄식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특별검사 임명절차와 관련한 여야 합의를 뒤집은 바 있다.
한나라당이 여야가 16일 합의한 특검제 법안에 제동을 건 것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였다. 정형근(鄭亨根) 안상수(安商守)의원 등 법사위원들이 나서 법안내용중 △수사내용 누설 금지 △자료제출 및 참고인출석 거부에 대한 제재수단미비 등을 문제삼은 것.
이어 이재오(李在五)의원은 “특검제 법안과 대법원장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처리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 의총 분위기가 본회의 참여 거부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두 법사위원이 제기한 문제점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걸러졌던 내용이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15일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별 진통없이 16일 여야합의가 이뤄졌던 것.
당내에서는 외국방문중이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합의된 법안 내용을 자세히 몰랐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한나라당의 번복에 대해 “일리있는 주장이라도 협상과정이 아닌 국회 의결 직전에 발목을 잡은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후 이총재 주재로 총재단회의를 열어 특검제 합의안을 받아들인 것도 여론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특검제법안 수용결정을 내린 후 “재협상을 통해 참고인 출석 거부에 대한 제재조항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당초부터 쟁점조항은 아니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