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불법 도청-감청 재공방]

  • 입력 1999년 9월 23일 02시 12분


"불법 도청과 감청은 없다"는 21일 정부측 발표에 한나라당이 총력을 다해 반격에 나섰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2일 당무회의에서 “어제 장관들이 불법 감청은 없고 감청 건수도 줄었다고 한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 총풍 세풍사건 때 불법 감청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도 “장관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 후 거짓말을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청 감청에 대한 국민 불안이 언론보도 때문이라는 정부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인권대통령임을 주장하려면 거짓말로 진실을 덮으려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DJ를 직접 겨냥했다.

당내 도청 감청 특위위원장인 박관용(朴寬用)부총재도 “합법적 감청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이는 말장난이다. 한건의 감청허가서로 수십, 수백명에 대한 감청이 이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규택(李揆澤)의원도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된다고 하는데 지난해 휴대전화 감청은 1756건이며 올 상반기에만 508건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은 “휴대전화 감청은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야당이 휴대전화 감청이라고 제시한 자료는 ‘통화내용을 엿듣는 것’이 아니라 통화자의 위치나 소리샘 비밀번호 등 휴대전화 관련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소웅(黃昭雄)부대변인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 감청건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야당이 구체적 실증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근거없는 낭설만 퍼뜨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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