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은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관련, ‘북―미(北―美)고위급회담이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으나 동시에 미국과 고위급회담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이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재로서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북한 미사일문제가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그러나 미사일문제의 장래는 아직도 불투명한 측면이 많다. 평양당국은 본원적 문제인 미사일의 연구 개발 수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북한은 이번 시험발사 유예 발표를 계기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입 등 항구적인 대량살상무기 동결조치에도 동참해야 한다.
이번 백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도 92년 김영남(金永南)당시 외교부장 이후 7년 만에 유엔에서 이뤄진 북한 외교책임자급 연설이다. 그는 이날 이례적으로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내일은 미 외교협의회(CFR)연설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외교활동에는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서려는 모습은 결코 부정적일 수 없다. 지금은 과거처럼 남북한 외교경쟁시대가 아닌데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북한의 대외개방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백외무상이 남북한 관계에 있어 여전히 연방제 통일이니 국가보안법 철폐니 하면서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또 우리의 포용정책을 ‘흡수통일을 위한 위험한 모략’이라며 정면으로 비난했다. 특히 한반도가 제2의 발칸반도가 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북한의 현실인식을 드러내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도울 수 있는 ‘파트너’가 남한임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경제구조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남한이다. 더구나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다. 아무리 북―미관계 개선이 시급한 현안이라 해도 남북관계 개선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제는 평양당국도 남북대화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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