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벨상후보 DJ' 은근한 신경전

  • 입력 1999년 9월 28일 19시 40분


여야가 동티모르 파병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배경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노력도 상당히 작용한 게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대통령과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 등이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과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 등의 공적을 들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 다음달 중순 발표되는 수상자 후보에 올라 있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28일 “한나라당은 동티모르 파병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했다는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파병에 극력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처럼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최근 한나라당 정세분석팀이 당지도부에 제출한 ‘정부 여당, DJ 노벨평화상 수상에 총력 경주’라는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청와대는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DJ가 금세기 마지막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거의 선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낙관적인 판단 속에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아태재단 등을 내세워 로비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대책을 세울 것을 건의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현 정권 출범 이후 파업공작, 도청남발 등 비인권적 행태가 빈발했는데도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내년 총선과 정권 재창출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대북 포용정책을 강력 비판하며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저지에 부심해온 것과 이번 파병 반대는 같은 맥락의 얘기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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